본문 바로가기
  • 어떻게 지내요...
기록하다

미국 여행 / 앤털로프캐니언

by sunshine5556 2025. 3. 29.
반응형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반드시 들리는 곳 중의 하나가 앤털로프 캐니언입니다. 앤털로프 캐니언은 폭이 좁고 깊은 슬롯 캐니언(Slot Canyon)중의 하나로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의해 신비로운 광경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특히, 빛을 통해 표현하는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선호는 장소라 할만합니다. 사진에 매료되어 이곳을 방문하는 이가 적지 않고 저 역시 사진 한 장에 반해서 이곳을 찾았습니다. 

  앤털로프 캐니언은 나바호 자치구에 있는 곳으로 붉은색 사암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겨난 지형입니다. 우기에 내리는 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좁은 협곡에 물이 흐르는 형태의 무늬가 만들어졌습니다. '앤털로프'는 영어로 사슴과의 영양을 칭하는 용어로, 과거 이곳에 영양들이 살았던 계곡이라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앤털로프 캐니언은 어퍼와 로어로 나누어지는데 로어 캐니언은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 지역인 파월 호수 남쪽에서 시작하고 어퍼 캐니언은 로어보다 더 남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퍼 앤털로프 캐니언은 미국식 이름으로 나바호식 이름으로는 '물이 바위 사이로 흐르는 지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만들어진 협곡으로, 꼭대기 부분의 바위에 의해 가려져서 빛이 잘 들지 않지만, 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는 정오 무렵에는 바위틈 사이가 빛에 의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빛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퍼 앤털로프 캐니언은 여름철 정오 무렵이 신비한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입니다. 어퍼 캐니언은 평지에 있는 동굴 같은 곳이라 지프를 타고 입구까지 걸어서 들어가면 됩니다. 반면에 로어 캐니언은 아래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고 바위 사이가 좁아 지나가기 불편한 곳도 있습니다. 로어 앤털로프 캐니언은 나바호 이름으로는 '나선형의 바위 아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곳 역시 사암의 침식 작용에 의해 형성된 곳이지만 어퍼 캐니언보다 좀 더 길이가 깁니다. 다만, 협곡 자체가 너무 좁아서 비가 오면 금방 물이 차올라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1997년에는 열한 명의 여행자가 급류에 쓸려 사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어퍼 캐니언보다는 빛이 훨씬 잘 들어와서 굳이 정오 무렵이 아니더라도 감상하기가 수월합니다. 우리도 오후 2시 반 예약이었는데 충분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두 곳의 공통점이라고는 두 곳 모두 나바호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로만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어퍼 앤털로프 캐니언을 방문할 수 있는 투어 여행사는 앤털로프 캐니언 투어(Antelope Canyon Tours), 앤털로프 슬롯 캐니언 투어(Antelope Slot Canyon Tours), 나바호 투어(Navajo Tours)가 있습니다. 로어 앤털로프 캐니언은 우리가 이용한 켄스 투어(Ken's Tours)와 딕시스 로어 앤털로프 캐니언 투어(Dixie's Lower Antelope Canyon Tours)가 있습니다.

로어 앤털로프 캐니언

 

처음에는 어퍼를 가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시간대가 많이 없어서인지 예약이 꽉 차있더라고요. 로어 캐니언도 마감된 시간대가 많아서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가 아닌 두시 반에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투어 상품은 세 가지가 있는데, 15명 내외의 인원으로 약 한 시간가량의 투어를 할 수 있는 제너럴 투어가 있고, 여기에 식사나 다른 프로그램을 결합한 디럭스와 콤비네이션 투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제너럴 투어로 예약했고요, 켄스 투어에 예약하면 예약 확정 메일이 오는데, 미리 체크인을 할 수 있는 큐알코드와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안내가 있습니다. 또한, 날씨에 의한 환불 규정 안내가 있습니다. 안내 사항 중에 지참 불가 물품이 있었는데, 눈에 띄는 내용은 어떠한 형태의 가방도 지참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권이나 지갑 등을 넣어갈 지갑이나 작은 크로스백도 안된다고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중요한 것들은 주머니에 넣고 다녀와야 했습니다. 

  켄스 투어에 도착하면 미리 이메일로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간단한 확인 절차를 받고 기다리면 팀별로 호명합니다. 그런 다음 팀별로 시간차를 두고 가이드와 캐니언 입구까지 걸어가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모든 사람이 쉴 새 없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탄성을 뱉어냅니다.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우리 팀의 가이드는 20대쯤으로 보이는 나바호 청년이었는데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막바지에는 피리같이 생긴 악기로 연주까지 해주더군요. 우리 앞에 가던 독일 아저씨는 엄청나게 사진을 찍어서 뒤에 오는 사람들이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충분히 이해될 정도로 경이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사다리를 올라 밖으로 나오니 갈 때와는 다르게 투어 오피스 바로 근처로 나오더군요. 수고한 나바호 청년에게 약간의 팁을 주고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호스슈 벤드

 

근처 도시 페이지에 숙소를 잡아둔 터라 숙소로 가기 전 호스슈 벤드에 들렀습니다. 호슈스 벤드는 이름 그대로 천 길 낭떠러지 아래에서 말발굽 모양으로 흐르는 콜로라도강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약 600만 년간 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깊이와 규모가 이해가 됩니다. 여름날이라 오후 다섯 시가 넘었는데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은 약간 힘들었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다리가 떨려서 서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안전장치가 따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