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주 명리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던데 책을 사다가 혼자 공부를 했습니다. 결론은, 포기했습니다. 명리를 독학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포기는 했지만 관심은 있어서 예전에 사놓았던 책을 가끔 읽어보기도 하는데 여전히 어렵습니다. 오늘도 잠깐 들었다가 내려놓았습니다. 끈을 놓지 못하는 사주 명리에 대해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공부를 포기한 핑계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 평론가이기도 한 강헌의 '명리 / 운명을 읽다'라는 책에서 그는 "명리학은 미래를 맞히는 점술이 아니라 운명의 이치에 관한 학문으로, 무엇보다도 자신을 알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라고 말합니다. 즉, 초자연적인 힘으로 운명을 말하는 무속인들의 그것과 달리 나 자신을, 처한 상황을, 나아가 나를 포함한 주변을 이해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게 "점 보러 가자." 할 때의 그 점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명리학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명리학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사주팔자라는 용어는 조선 성종 때 완성된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중인들이 응시할 수 있었던 과거 시험의 잡과에 음양과가 있었는데, 음양과에 운명, 길흉, 화복 등을 논하는 명과학이 있었습니다. 명과학은 3년에 한 번씩 시험을 치러 관료를 등용했는데, 이를 보면 명리학이 수백 년 이상 지속되어 온 학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명리학은 중국 북송 시대를 기점으로 도교 수련가 서자평에 의해 지금과 같은 틀을 갖게 됩니다. 그 이전의 명리학은 태어난 해와 달을 중요시했는데, 1년이 열두 달이듯 인간의 성질을 열두 가지로 나눈 후, 각 달을 상징하는 동물을 정하고 그 동물의 이미지로 사주를 보는 당사주였는데 서자평에 의해 태어난 날을 중요시하는 일간 중심의 명리학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면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강헌은 말합니다.
첫 번째, 명리학적 용어와 이해가 탄탄해지는 문리(文理)가 트이는 것.
두 번째, 명리학적 지식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인간을 통해 확인하는 통변(通辯).
- 즉, 임상 단계입니다.
세 번째, 입산수도(入山修道) - 산에 들어가 수도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첫 번째에서 포기했습니다. 가볍게 시작할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또한 명리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인문, 사회과학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야 하며, 단순한 문장의 이해가 아니라 입체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학문으로써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입니다.
사주 명리를 가리키는 사주팔자의 해석은 음양오행에서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음은 여자 양은 남자로 생각하지만 음양은 이처럼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음양의 개념은 절대적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며, 우주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여자와 남자일 뿐입니다. 오행은 우주의 구성요소인 목, 화, 토, 금, 수를 뜻합니다.
목(木)은 사계절 중 봄에 해당하며 아침, 동쪽, 청색, 성장, 명예 등을 뜻하며 장기로는 간과 쓸개를 나타냅니다. 화(火)는 사계절 중 여름을 나타내며 낮, 남쪽, 적색, 열정, 자신감, 다혈질 등에 해당하고 장기로는 심장과 소장을 뜻합니다. 토(土)는 환절기를 나타내며 사이, 중앙, 황색, 믿음, 중용, 끈기, 고집, 장기로는 지라와 위에 해당합니다. 금(金)은 장년의 기운으로 사계절 중 가을에 해당하며 저녁, 서쪽, 백색, 냉정, 절제, 비판 등을 나타내며 장기로는 폐와 대장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수(水)는 사계절 중 겨울을, 밤, 북쪽, 흑색, 지혜, 욕망, 본능, 망상에 해당하고 장기로는 신장과 방광을 뜻합니다. 이러한 오행은 다른 오행과 도움을 주는 상생을 하거나, 다른 오행을 억누르는 상극의 관계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천간과 지지를 가리키는 간지가 있습니다. 천간을 가리키는 간은 하늘의 기운을 가리킵니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열 개의 문자로 구성됩니다. 지지를 나타내는 간지의 지는 당의 기운으로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열두 개의 문자로 이루어집니다. 흔히 십이지라고도 부릅니다. 이 간지의 글자마다 음양과 오행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천간과 지지의 각 글자가 결합하여 육십 글자를 만들어내고, 이를 육십갑자라고 합니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간지에 의해 연주, 월주, 일주, 시주라 칭하고 이를 4개의 기둥, 사주라고 하고, 이러한 사주를 구성하고 있는 오행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여덟 글자여서 팔자라고 하며 이 둘을 합쳐 사주팔자라고 합니다. 명리학은 이 사주팔자를 기초로 하여 타고난 운명을 이해하고 후천적인 운을 탐구하려는 학문입니다. 이 때문에 단지 글자의 해독이 아닌 강헌이 말한 인문, 사회학의 폭넓은 이해를 기본으로 해석해야만 한다고 하는 것이라 이해합니다. 위에서 말한 음양과 오행 이외에도 십이운성과 신살, 합과충 등 사주 명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명리학이 단순한 점성술이 아닌 학문의 한 분야임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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