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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연명의료결정제도

by sunshine5556 202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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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따듯한 봄날 아주 가까운 지인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나이가 드니 장례식장에 가야 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네요. 장례식장으로 가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오더군요. 죽음을 얘기하고, 준비하면 그날이 왔을 때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지인들과 사전의료연명의향서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인의 아버지께서도 몇 년 전에 건강보험공단에 찾아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셨다고 합니다. 조만간 남편과 서명하러 가야겠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는 2008년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신 김 할머니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을 전하며 병원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들어섰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판결로 2009년 5월 21일 승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무의미한 연명 치료와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13년 대통령 소속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고, 이에 다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권고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2016년 2월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문의 일부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환자를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에 대하여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써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 (2009년 5월 21일 대법원 판결) >

  

  이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환자도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도록 하며, 연명의료의 선택 여부를 결정할 책임을 가족들에게 넘겨 가족들이 심리적 사회적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환자가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처음부터 연명치료를 하지 않거나, 기존 연명치료 중인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하는데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하여 사망이 임박했음을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체외생병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연명의료를 사전에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가까운 지역 보건소, 의료기관, 공공기관, 복지기관 등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 방문하여 작성할 수 있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신청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을 한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충분한 설명을 듣고, 스스로 결정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자발적으로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등록기관에 방문해야 하는데 처음 작성한 기관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으면 작성자가 임종 과정에 있을 때, 담당 의사가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하여 조회하고, 환자에게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자가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내용을 확인하고 연명의료의 유보나 중단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제도는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환영받을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의학적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환자의 겨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았다 하더라도 가족의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번 지인의 아버지 경우에도 사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하셨고 임종 과정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가족들에게 충분히 표현하셨습니다. 가족들은 이를 의사에게 전달했으나, 의사는 본인이 투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셨어도 가족이 바꿀 수 있다며 자식 된 도리를 얘기하며 투석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자식 입장에서는 단호하게 아버지의 의사를 전달했지만, 자식으로서 죄책감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환자 본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및 가족의 심리적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자 시행한 제도인데, 현장에서는 가족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있는 겁니다. 물론, 소수의 일들이겠지만 이러한 제도를 좀 더 제대로 시행하려면 뭔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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