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는 노스림 캠프그라운드(North Rim Campground)에서 2박, 사우스림(South Rim)에 있는 마더 캠프그라운드(Mather Campground)에서 1박을 했습니다. 사우스림은 두 번째 방문이었고 노스림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방문한고 그러면 대부분 사우스림을 방문합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노스림에 비해 사우림이 수월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스림은 사우스림 사이의 협곡의 거리는 446km, 협곡의 깊이는 1.6km이며, 노스 빌리지와 사우스 빌리지 사이의 협곡 거리는 346km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노스림과 사우스림은 차량으로 편도 다섯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하는 사람 중 약 십 퍼센트의 사람들만이 노스림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우스림보다는 노스림이 훨씬 좋았습니다.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의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달리다 보면 바람에 잎이 움직이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아스펜 나무의 서식지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사시나무라고 하네요. 산불이 나서 나무들이 불타고 난 자리에 아스펜 나무가 대량 서식을 한다고 합니다. 아스펜이 넓게 퍼져 자라고 있다는 것은 예전에 불이 났었던 자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노스캠핑장으로 가는 길에는 흐린 날씨와 비가 왔다 갔다 하더군요. 이곳 노스림 캠핑장은 고지대이기도 하고 워낙 산림이 깊은 곳이라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만 방문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한여름이라도 사우스림과는 달리 쌀쌀합니다. 겨울철 방문은 따로 허가증이 필요합니다.
멋진 경치를 즐기며 달리다 보면 노스캠핑장 체크인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오고 있어서 체크인 사무실에 날씨에 관해서 물으니, 이곳의 날씨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비가 오니 더 춥게 느껴져서 옷을 껴입고 잠시라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약 10분 뒤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들어서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주변 탐방을 나섰습니다. 비 때문에 비옷도 구입했는데 이후로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노스 캠프그라운드 가까이 협곡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그랜드 캐니언의 장관을 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체크인 사무실 근처에 샤워와 세탁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제너럴 스토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살만한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아이스박스에 넣을 얼음과 장작만 사 가지고 나왔습니다. 화장실 바깥 벽에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가 하나 있고, 캠핑장 곳곳에 식수를 위한 수도가 설치되어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노스림에는 캠핑장 외에 유일한 숙박 시설인 그랜드 캐니언 로지(Grand Canyon Lodge)가 있습니다. 숙박객이 아니라도 1층 휴식 공간이나 테라스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이들 오더라고요. 로지들 사이로 캐니언 가장자리를 걸으며 뷰포인트에서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할 수 있는데 뷰포인트 자체가 협곡 쪽으로 좁고 길게 나와 있어 뷰포인트에 서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기분을 느낍니다. 저같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참고로 노스림에서는 사우스림 방향을, 사우림에서는 노스림 방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멀리 반대편 어는 한 부분에 비가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입니다. 그랜드 캐니언 로지 역시 국립공원 캠핑장처럼 Recreation.com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이곳도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예약이 가능합니다.
2박 3일 동안 트레킹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노스림을 맘껏 즐기고 다섯 시간을 달려 사우스림으로 향했습니다. 이날은 햇살이 비추어서 아스펜 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거리더군요. 노스림에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날씨가 맑아서 드라이브하기 좋았습니다. 사우스림에는 역시 사람이 많더군요. 머무는 사람뿐만 아니라 당일 투어로 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여기서는 마더 캠프그라운드(Mather Campground)에서 1박을 머물렀습니다. 마더 캠프그라운드는 327개의 사이트가 있는 대규모의 캠핑장입니다. 연중무휴로 운영이 되고 있고, 교통이 노스림보다는 편리해 많은 사람이 이용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시설은 노스림과 비슷하지만, 샤워실과 세탁실, 제너럴 스토어의 규모는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곳 제너럴 스토어는 슈퍼마켓과 다름없었습니다. 다만, 커다란 나무들이 많지 않아서 텐트 두 개를 이어서 설치할 그늘이 없더군요. 노스림에 비해 상당히 더워서 트레일을 걷다가도 그늘을 찾아 쉬어야 했습니다. 여기서는 노스림과는 다르게 통신사에 따라 데이터 연결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국립공원에 머물 때면 데이터를 포기하고 이동 중에 필요한 구글맵을 다운로드하거나 소식들을 전하고, 사진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던 거 같네요. 핸드폰 데이터 대신 위대한 대자연을 만끽했습니다. 예전에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가슴이 두근대던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느낌을 잊지 못해 다시 방문했는데,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캠핑이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노스림에서의 기억을 더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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