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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캠핑, 레드우드 국립공원(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

by sunshine5556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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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애틀을 향해 가다 보면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을 걸쳐서 길게 펼쳐져 있는 공원이 있다. 바로 레드우드 국립공원이다. 부분적으로 국립공원인 곳도 있고 주립공원인 곳도 있지만 편의상 국립공원이라 부르겠다. 미국의 국립공원들 정보를 알려주는 nps.gov에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머물기로 한 Mill Creek Campground는 주립공원에 있는 곳이라 Recreation.gov 가 아닌 Reserve California.com에서 예약했다.

  도로를 달리다 양옆으로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 나타나면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다다른 것이다. 캠핑장을 가기 전에 먼저, Trees of Mystery에 들렀다. 레드우드로 가득한 테마파크 같은 곳이라 보면 된다. 오랜 세월을 지나 고목이 되면서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나무들도 있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를 연결해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해놓기도 했다. 곳곳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원의 상층부로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내려올 때는 다시 타고 내려오거나 걸어서 내려올 수도 있는데 우리는 걸어서 내려오는 걸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실수였다. 절대 쉽지 않은 길이었다. 내려오는 시작점에 'Advanced'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말을 무시한 걸 내려오는 내내 후회했다. 도중에 만난 한 아저씨는 연신 땀을 흘리며 "오 마이 갓"을 외치고 있었다.

Trees of Mystery

  어렵게 트레킹을 하고 주차장으로 오니 그새 많은 사람이 입장하려고 줄을 서고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캠핑장을 향해서 달렸다. 드라이브하기에도 너무 좋았던 길이었다. 캠핑 사이트 앞에 주차하고 텐트를 치고 2박 3일 머물 우리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인데, 더불어 사이트마다 거리도 있고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안락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개수대는 없었다. 우리 사이트 앞쪽으로 화장실 가는 길목에 옛날 시골마당에서 볼 수 있었었던 수도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수도 아래로 물이 바지는 배수구가 있기는 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구조였다. 설거지를 해야 할 때는 먼저 키친타월로 그릇을 닦은 후 가지고 가서 설거지를 했다. 요세미티에서도 그랬고 이곳에서도 설거지할 때 세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기름기가 있거나 양념이 묻은 그릇들은 키친 타월로 먼저 닦고 물을 끓여 한 번 더 닦고 수돗가에 가서 헹구기만 했다.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었지만 레드우드들을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내가 설거지를 한 건 아니지만. 

  이곳 Mill Creek Campground에는 캠프스토어가 없다. 그래서 오기 전 가까이에 있는 마을에서 여름철 경우 얼음을 포함해 장을 봐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국립공원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세탁시설도 없고 무엇보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다. 강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다. 장작을 사러 가면 그곳에 거주하는(작은 캠핑카에 거주) 할아버지가 도끼로 장작을 패서 주신다. 우리의 캠프사이트는 27번이었는데 뒤로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이끼로 덮인 난간이, 난간 너머로는 나무가 있었다. 한쪽에 요세미티에서와 마찬가지로 곰 캐비닛이 있고 옆에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가 있다. (미국 국립공원의 캠핑장은 사이트마다 고정된 화로가 있다) 다만, 사이트 바닥이 경사가 약간 있어서 캠핑 테이블이 기울어져 있었다. 깊은 숲속에서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캠핑을 할 수 있는데 바닥 경사쯤이야 단점으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연 그대로에 더 동화될 수 있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에는 길고 짧은 트레일들이 많다. 캠핑장 오기 전에 들렀던 비지터 센터(Visitor Center)에서 트레일 지도를 받아볼 수 있다. 우리도 다양한 트레일을 걷고 싶었지만 이곳에서의 일정이 짧아 둘째 날 캠핑장 근처에 있는 짧은 트레일만 경험했다. 트레일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온전히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미국의 다른 국립공원들처럼 크게 알려진 곳이 아니라 Trees of Mystery에서 만났던 미국에 사시는 중년의 한인 부부는 이곳이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며 우리를 보고는 놀라워하셨다. 그래서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공원은 세계문화유산의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다양한 동식물종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1920년 벌목이 됐던 장소를 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주변의 다양한 트레일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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