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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따라하기 - 오늘 뭐 먹어야 하나?

by sunshine5556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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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커서 분가를 하게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하기 싫었던 밥 하기가 더 하기 싫어졌습니다. 매일 뭘 먹을지를 고민하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가 기름을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고춧가루 같은 자극적인 양념을 덜 쓰게 되고, 고기를 만지기가 싫어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육류를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 맛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나이 얘기를 해서 엄청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아직 환갑은 되지 않았습니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채식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채식이라 함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만 알고 있는데 채식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더라고요. 동물성 음식을 어디까지 먹느냐에 따라 채식주의자의 유형을 나누고 있는데, 도서 '채식하는 이유'에 따르면 플루테리언, 비건, 락토, 오보, 락토-오보, 페스코, 폴로, 플렉시테리언으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먼저, 프루테리언은 이름 그대로 과일만 먹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다음으로 채소, 과일, 곡식 등 온전히 식물성만 먹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합니다. 비건식에 유제품을 더해 먹는 사람을 락토, 비건식과 달걀만을 먹는 사람은 오보라고 합니다. 그러니 락토-오보는 비건식과 달걀, 유제품을 먹는 사람이겠지요. 락토-오보에 어패류까지 먹는 사람을 페스코,  여기에 육류를 뺀 가금류까지 먹는 사람을 부르는 폴로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는 비건이며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사람을 플렉시테리언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식물성 식단에 달걀을 먹는 사람까지도 비건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내가 택한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몸과 생활의 편리함을 쫓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단,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서 육식하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달걀만은 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채식 아닌 채식 생활을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장을 보면( 주로 생협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으로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 채소 손질을 합니다. 이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귀찮은 부분입니다. 씻어서 물기를 닦거나 물기가 없어야 보관이 용이한 채소는 그대로 각각의 보관용기에 담기도 하고 키친타월로 싸서 지퍼백에 넣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브로콜리나 케일, 양배추, 당근 등을 쪄서 보관하는데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양배추나 당근 등은 채를 썰어 보관합니다. 쪄놓은 브로콜리나 당근은 소금, 후추, 들깻가루, 들기름을 넣고 무쳐 놓기도 하는데 그냥 먹기도 반찬으로 먹기도 편합니다. 그러면 이른 아침에도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귀찮지 않습니다. 

  아침 식사로는 채 썬 양배추와 당근에 사과를 썰어 달걀과 같이 먹습니다.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사과의 단맛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 번씩 바나나와 블루베리 등을 사러 코스트코에 가는 데, 한창 유행하던 ACC 주스가 상품으로 나와 있더군요. 가끔은 두유를 넣은 커피와 곁들이기도 하는데 남편은 싫어하더라고요. 점심은 현미밥이나 오분도미로 지은 밥에 두보 소보로를 섞어서 나물, 쪄놓은 야채 등과 먹는 데, 생선이나 고기를 같이 먹기도 합니다. 저녁은 아침에 먹은 것과 같은 야채와 루꼴라, 치커리 같은 녹색 생채소에 후무스를 섞어 먹거나, 다양한 야채나 버섯을 굽기도 하고, 토마토와 냉동야채를 올리브유에 볶아서 익혀진 강낭콩, 병아리콩 등과 먹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아리콩이 맛있지는 않지만 단백질 섭취를 위해 자주 먹습니다. 채소의 종류는 계절별로 다양해서 비트나 콜라비 등을 먹기도 합니다. 남편은 고구마가 집에 없으면 섭섭해하는 사람이라 고구마를 사면 찌거나 구워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먹기 전에 실온에 놔두었다가 먹거나, 데워 먹도록 합니다. 예전에는 생채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잘게 썰어 자주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어제 점심은 생열무를 잘게 썰어 두부 소보로와 달걀 프라이를 넣고 비벼 먹었네요. 이렇게 하면 준비하기도, 식사 후 설거지하기도 편합니다. 점심을 제외하면 그릇 하나에 준비해 놓은 것들을 덜기만 하면 되거든요. 채식하면서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은 단백질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고기를 먹기는 하지만, 그건 단백질 섭취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고기를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두부나 달걀, 두유, 콩 등을 꼭 챙겨 먹으려 노력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수없이 많은 채식 레시피나 채식 관련 정보들이 나오지만, 그냥 나한테 맞는 방식으로 합니다. 요리하기 싫어서 채식하는 거라서 따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빵을 먹고 싶어질 때면, 오트밀에 두유와 과일들을 썰어 넣고 만들어 먹는데, 다른 사람에게 맛 보이기는 힘든 맛이지만 나름대로 먹을만합니다.

 

아침식사

 

채식하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환경 등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특히 심각한 환경문제나 동물권을 주장하며 채식을 하는 그들에 비하면 내가 채식하는 이유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나름의 채식 생활이 정신적인 여유,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몸이 가볍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급격하게 살이 빠진다거나 하는 운은 따라주지 않네요. 달걀도 먹고 가끔 육류도 먹기 때문에 채식이라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채식을 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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