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국립공원은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거대한 붉은 바위, 분홍빛 절벽으로 가득 찬 끝없는 경관을 자랑합니다. 이곳에서는 후두라 불리는 불규칙적인 바위기둥들을 볼 수 있는데, 지구상 가장 큰 후두(Hoodoos) 밀집 지역입니다.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은 후두와 더불어 생겨났는데, 후두의 형성에는 3개의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암석의 퇴적 단계입니다. 약 5천만 년 전에 이 지역은 낮고 서쪽의 높은 지형으로 형성된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형으로 하천에 의해 고지대의 퇴적물이 브라이스 캐니언이 있는 지역으로 흘러와 쌓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입자들이 축적되면서 굳어져 브라이스 캐니언의 암석이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땅의 유기입니다. 판 구조의 상호 작용으로 브라이스의 암석이 골디락스 구역으로 융기되었습니다. 이곳은 평균고도가 2,438m의 고산지역인데, 이러한 조건이 자연적으로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드를 만들어 지금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얼음과 비가 함께 하는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후두를 조각하는 단계입니다. 물이 바위의 틈으로 스며들었다가 얼음으로 변하며, 이때 얼음의 팽창이 바위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바위가 부서지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고원의 가장자리를 벽처럼 만들거나 창문처럼 구멍을 내기도 하고 개별 후두로 쪼개지도록 합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공원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안에는 노스 캠핑장(North Campground)과 선셋 캠핑장(Sunset Campground)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노스 캠핑장은 연중무휴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선셋 캠핑장은 겨울철에는 휴장을 합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노스 캠핑장인데 방문자 센터와 가깝기도 하고,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들렀다 가는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와 선셋 포인트(Sunset Point) 그리고 브라이스 원형극장(Bryce Amphitheater)이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멀지는 않지만,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우리는 차를 이용해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 제너럴 스토어에 들르기도 편리했습니다. 시설은 이전 옐로스톤 캠핑장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제너럴 스토어 근처에 있는 샤워와 세탁 시설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더라고요. 이곳 역시 옐로스톤의 캠핑장처럼 화장실 한 칸 정도의 개수대가 있어서 설거지하기는 용이했습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캠핑장 입구에 모터홈 하나가 있었는데 앞에 '캠프 호스트'라는 푯말이 붙여져 있더라고요. 문의 사항이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해결해 주는 분이 거주하는 곳 같았습니다.
캠핑장의 사이트와 사이트의 거리는 충분하게 사생활을 보호해 줄 정도로 떨어져 있어서 오붓하게 캠핑을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총 2박 3일을 머무는 동안 이웃에서 떠들거나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을 다니면서 캠핑하다 보면 캠핑장에서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트레킹을 하고 저녁에 텐트나 캠핑카로 돌아와 모닥불을 피우고 도란도란 얘기들을 나누다 잠자리에 드는, 여유로운 캠핑 생활을 합니다. 이곳 캠핑장은 전기 시설이 없어 해가 지면 말 그대로 칠흑처럼 깜깜했는데 별을 감상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별을 본 이후로 그렇게 많은 별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한참을 바닥에 누워 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노스 캠핑장은 A, B, C, D 네 개의 루프(Loop)에 100개의 사이트가 있는데, 앞 두 곳은 RV를 위한 사이트고 뒤 두 곳이 텐트를 위한 사이트로 6개월 전부터 Recreation.gov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곰 캐비닛은 없지만 음식물은 차량에 보관해야 합니다. 핸드폰이나 인터넷은 사용이 불가하며, 샤워나 세탁도 계절에 따라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합니다.
브라이스 캐니언에는 여러 가지 트레일이 있는데 우리는 2시간 이내의 짧은 트레일을 걷기 위해 원형극장의 선셋 포인트에서 시작하는 나바호 트레일을 선택했습니다. 원형극장은 아침저녁으로 들렀는데 볼 때마다 탄성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선라이즈 포인트나 선셋 포인트 둘 다 원형극장의 한 지점들입니다. 나바호 트레일은 시작 지점에서 크게 지그재그를 돌며 아래로 내려는 길인데 올라올 것이 걱정되었지만 내려가지 않고는 안될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한참을 내려가면 붉은 벽과 바위 사이에 커다란 더글러스 전나무가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그 유명한 '토르의 망치'라는 이름을 가진 후드를 볼 수도 있습니다. 걷는 자체가 즐거웠지만 체력의 한계 때문에 트레일을 다 걷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올라올 때는 헉헉대며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힘들었어도 만족스러운 트레킹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추천하는 트레일은 나바호 트레일과 퀸스가든 트레일을 결합한 하이킹 코스라고 하는데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처음 이곳의 캠핑장을 예약할 때, 여행 기간이 한여름이라 더위 때문에 많이 고민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사진들을 찾아보면 햇빛이 쨍쨍한 원형극장을 중심으로 한 사진이 대부분이거든요. 하지만, 고지대이면서 건조한 날씨라 그런지 더위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녁에는 쌀쌀해서 긴소매 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너무 건조해서 피부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언제 다시 미국 서부를 여행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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