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 /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

 

  영화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한 장면에서 그다지 크지 않은 노출콘크리트의 건물 입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뒷면이 사선으로 나지막이 내려가 경사진 곳으로 사라지는, 어디선가 본 듯한 건물이라 하기는 애매한 구조물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위치한 시드볼트의 입구였습니다. 얼핏 보면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 같기도 합니다. 노르웨이 작가의 'Perpetual Repercussion 영원한 반향'이라는 광섬유 예술작품으로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상징성을 더합니다.

스발바르 시드볼투 입구(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

 

  스발바르 제도의 롱이어비엔에 있는 시드볼트, 국제종자금고는 1984년 Nordic Gene Bank(현 NordGen)가 롱이어비엔 외각의 버려진 탄광에 북유럽의 식물종자를 보관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단일의 국제적인 보관소 설립의 법률적 틀을 만들고 노르웨이 정부가 자금을 출자해 2008년 2월 26일 문을 열었습니다. 씨앗이 저장된 장소는 산 아래 100m 이상의 깊이로 40~60m 두께의 바위 아래, 영구동토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의 냉각장치가 아니더라도 영하의 기온을 유지합니다. 씨앗저장고는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냉각시스템에 필요한 전기를 현재는 롱이어비엔의 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발전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씨앗 저장고는 세 개의 홀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홀은 150만 개의 씨앗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120만여 개의 씨앗이 저장되어 있는 한 개의 홀만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종자금고는 노르웨이 정부의 소유이며, 운영도 노르웨이 정부가 하지만, 종자의 반환 요청은 종자를 기탁한 세계 각국의 유전자은행만이 할 수 있습니다. 

  건조된 씨앗이 알루미늄 파우치에 보관되어 정해진 규격과 재질의 상자에 담겨 시드볼트로 이송이 되면 NordGen에서 관리하는 씨앗포털에 업로드되어 관리가 됩니다. 하지만 종자의 모니터링은 종자를 기탁한 유전자은행이 한다고 합니다. 포장된 종자를 개봉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유전자은행이 보관 중인 종자의 일부, 일종의 사본을 기탁한 것이라서 보유하고 있는 종자를 모니터링한다고 합니다.

시드볼트 저장소(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

 

  국제종자금고에는 개인이 종자를 기탁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유전자은행이나 기관을 통해 기탁을 할 수 있는데,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종자 중 중복된 종자를 기탁할 수 있습니다. 종자금고는 미래 인류의 식량공급을 보장하고 사라져 가는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발생하는 전쟁이나 내전, 자연재해로 유전자은행이 파괴되어 종자가 없어질 것을 대비한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드뱅크와 달리 시드볼트에 보관된 종자는 배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딱 한번 시리아 내전 때, 시리아에 있는 유전자은행이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시드볼트에 보관 중인 씨앗의 일부가 배포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후로는 한 번도 씨앗이 반출된 적이 없다고 하네요.

 

  이곳에 보관된 종자는 농작물 같은 작물이나 새로운 작물의 유전자를 제공할만한 야생식물 등도 포함이 됩니다. 가장 많은 종자는 벼, 밀, 보리로 밀과 쌀은 15만 개의 종이 넘고, 보리는 약 8만 개의 종이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수수, 콩, 옥수수, 대두, 귀리 호밀 등 5000종 이상의 종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의 씨앗 일부도 스발바르의 시드볼트에 보관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위의 시드볼트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시드볼트가 존재합니다. 스발바르의 시드볼트가 인류의 식량을 위한 작물 종자의 성격이라면 우리나라에 있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종자금고입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하며, 2015년에 설립되었고 2019년에는 국가보안시설로 지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명칭이 바뀐 '한국수목원 정원관리원'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나무위키)

 

  백두대간 시드볼트 역시 일정한 보관 온도를 위해 냉각장치가 되어 있으며, 만일을 대비한 발전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씨앗뿐만 아니라 외국의 씨앗도 기탁을 받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스발바르의 시드볼트는 1년에 세 번 종자 입고를 하고,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1년에 네 번 종자 입고를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