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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지내요...
끄적이다

글쓰기 1

by sunshine5556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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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소개합니다.

 

  나는 50대 중반 여자입니다.

  짧은 흰색의 커트머리에 얼굴은 둥글고 이마에, 눈가에, 목에 주름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습니다. 화장을 해본지가 수백 년이나 지난 것처럼 까마득합니다. 곱게 늙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노안이 와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돋보기를 쓰고 있지만, 아직 할머니는 아닙니다. 조카의 딸아이에게 "나는 이쁜 할머니야."라고 어렸을 때부터 세뇌를 시켜서 곧잘 "이쁜 할머니!"라고 부르곤 했는데, 얼굴 본 지 오래되어서 잊었을 것 같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무릎이 시큰거려 양반다리를 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운동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헬스장에서 열정적으로 운동하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타고나길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쫓아가기 바쁘네요.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운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등근육이 꿈틀대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눈으로만 즐기렵니다.

 

  빵이나 국수, 수제비, 부침개 등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건강을 생각해 먹는 횟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빵의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도저히 빵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오트밀빵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촉촉하게 혀에 감기는 치즈나 초콜릿케이크를 가끔은 즐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베이킹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능력을 갖지는 못했네요.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 아이들이 미성년일 때는 어떻게 살림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청소와 쓰레기 배출은 남편이 담당하고, 빨래는 8대 2 비율로, 끼니는 백 퍼센트 내가 준비합니다. 끼니를 준비하는 것도 하기 싫지만, 나 외에는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그릇 음식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먹는 것은 좋아합니다. 다이어트를 포기한 이유입니다. 많이 먹지 않는데도 지방은 꼭 붙들고 있고 근육만이 자꾸 사라져 갑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책을 좋아하지만 읽는 시간이 길지는 않습니다. 조금 읽다 보면 생각이 책 너머로 날아가거든요. 그래서 여러 권의 책들을 동시에 읽기도 합니다. 어떤 책은 순식간에 빠져서 읽기도 하지만, 어떤 책들은 읽기 위해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하루에 한 챕터만 일기도 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책의 분야는 여행에세이입니다. 단순하게 여행지를 나열하는 책보다는 그곳의 사람들과 느낌을 공유해 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미스터리나 스릴러물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역시 잔잔하게 펼쳐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한 때는 여행으로 세계정복을 꿈꾸었지만,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행지의 버킷리스트가 있습니다. 도시보다는 자연을, 모험보다는 여백이 있는 여행을 꿈꿉니다. 장거리 트레킹을 하고도 싶지만, 마음으로만 시도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몸을 만들어 아이슬란드의 'Landmannalaugar'나 'PCT'를 완주하고 싶습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리지는 못하고 그리기를 갈망합니다. 게으름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케치북을, 물감을, 연필들을 좋아합니다유채보다는 수채화의 투명한 부드러움을, 큰 종이에 그리는 것보다는 작은 종이에 끄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동안 그리지를 못했는데, 요즘 연두색의 잎들이 하늘거리는 나무들을 보니 다시 그리고 싶네요.

 

  낯가림이 심해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긴 시간 숙성시킨 장이 맛있듯 오래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항상 즐겁습니다. 예전처럼 술 한 잔을 기울이진 못하지만, 밥 한 끼, 차 한 잔 같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가득 채우기에 충분합니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가끔은 모두가 외출한 집 안에 오롯이 혼자 있는 순간도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런 날에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마음껏 즐깁니다. 모든 공간, 모든 것이 나의 차지거든요.

 

  잘하는 것을 쓰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네요. 다만 열심히 살고는 있습니다. 그런가...?

 

  멋진 할머니로 늙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왔을 때 이쁘게 가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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